[인민전쟁: 사회주의 혁명] 공산주의 유령이 유럽을 뒤흔들다

• 배고프고 화난 민중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대영제국 식량 배급 쿠폰

총력전이었던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참전국은 생산한 식량의 거의 대부분을 전쟁터로 보냈습니다. 정부는 생산한 식량을 철도에 실어 최전방으로 보냈고 식량 중 일부만 시민들에게 남겨주었습니다. 그러나 전쟁터보다 후방에 사람들이 여전히 많았고 후방의 시민들은 적은 식량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마저 정부가 식량 양을 계산하기 위해 식량배급제를 실시했고 시민들은 원하는 음식이 아닌 정부가 주는 음식을 받아먹어야 했습니다. 대전쟁 초반에는 시민들이 애국심으로 뭉쳐 있었고 국가를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수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식량은 점점 줄었고 음식의 질 역시 하락했습니다. 시민들은 푸석한 빵 한덩이로 하루를 연명했고 점차 전쟁에 대한 회의감과 불만이 커졌습니다. 러시아 제국과 독일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대표적인 국가였습니다.

 

러시아 제국 철도

러시아 제국은 유럽 최대 식량 생산국으로 막대한 식량을 보유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제국은 산업화 단계가 늦어 국토에 충분한 철도망을 설치하지 못했고 비옥한 토양에서 생산한 막대한 양의 식량을 효율적으로 운송하지 못했습니다. 한번 운송할 때 여러 번 돌아가야 했고 철도 수는 적어 수송 순환율이 낮았습니다. 때문에 러시아 제국은 식량은 넘치지만 그 식량을 전쟁터와 도시로 전달하는데 많은 애로사항을 겪었고 식량은 철도역에서 썩었습니다. 러시아군과 시민들은 식량을 기다리며 배고품을 참아야 했지만 러시아 제국 황실은 여전히 넘치는 식량으로 사치를 부렸습니다. 결국 민중들은 1917년 무능한 러시아 제국을 뒤엎었고 러시아 임시정부를 설립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임시정부는 연합국의 약속을 지키며 전쟁을 유지했고 식량 공급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독일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연합국의 봉쇄에 가로막혀 식량을 생산하지 못했습니다. 국토 대부분이 농업에 적합하지 않아 외부에서 식량을 수입해야 했던 독일제국은 대영제국 왕립 해군의 해상봉쇄로 식량 수입을 하지 못했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갈리치아Galizien에 대규모 농업지대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농토를 상실했습니다. 그러나 두 제국 정부는 식량 문제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군수산업에 치중했습니다. 결국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1914년 연말에, 독일제국은 1917년 겨울에 식량위기가 찾아왔고 민중들은 식량을 달라고 아우성쳤습니다.

 

민중은 배고픈 것 외에도 전쟁이 길어지자 전쟁 자체에 염증을 느꼈습니다. 대영제국은 독일제국 항공대의 폭격을 수시로 맞으며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자부심을 잃었고 프랑스 제3공화국의 시민들은 수많은 젊은 장정들이 전쟁에서 죽어나가자 남은 장정이라도 전쟁터에 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프랑스 제3공화국의 시민들은 시위와 파업을 하며 국가 총동원령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고 일부는 중립국으로 도피했습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전쟁 초기부터 전쟁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고 제국의 슬라브인들은 같은 슬라브 국가인 러시아 제국에 대거 항복하며 탈영했습니다. 1917년 후에는 제국의 주류 민족인 게르만인과 머저르인들 역시 전쟁을 중단하고 싶다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 러시아 혁명이 불러온 붉은 바람

러시아 8월 혁명

1916년 베르됭 전투를 시작으로 유럽 전선 곳곳에서 대규모 공세와 소모전이 벌어져 수많은 병사들과 전쟁물자, 식량이 순식간에 증발했습니다. 유럽 참전국들은 1916년 이후 급격하게 혼란스러워졌고 1917년 러시아 제국이 먼저 붕괴되었습니다. 러시아 제국은 2월 혁명으로 제정이 붕괴된 데 이어 10월 혁명으로 모스크바 볼셰비키가 정권을 잡았습니다. 모스크바 볼셰비키는 러시아 영토 곳곳에 볼셰비키 정부 수립을 명령했고 러시아 전역의 공산주의자들은 볼셰비키 정부를 수립했습니다. 그리고 적군을 결성해 볼셰비키 혁명을 저지하려는 세력과 전쟁을 벌였습니다. 러시아에 공산혁명이 불자 러시아 제국의 일부였던 핀란드에서도 공산 혁명이 발생했습니다. 핀란드 공산주의자들은 적군을 결성했고 이에 반하는 백군은 독일제국의 지원을 받아 핀란드 적군을 공격했습니다. 1918년 연초 핀란드에서 핀란드 내전이 발발했습니다.

 

러시아 내전과 외국의 개입

러시아에서 볼셰비키 혁명이 발발하자 공산주의 혁명을 두려워하던 유럽 국가들은 긴장했습니다. 동맹국과 연합국은 서로 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외치는 공산주의 혁명이 자국에서 일어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독일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핀란드 내전에 동맹군을 파병해 적군을 진압하고 파우스트슐라히 작전을 발동해 러시아 서부의 광대한 영토를 점령한 후 미텔에우로파Mitteleuropa 국가들을 건설해 완충지대를 만들었습니다. 연합국은 연합군을 결성해 러시아로 진격해 영토를 점령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적군은 위기 속에서도 승기를 잡았고 전황은 적군에게 유리하게 흘러갔습니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스파르타쿠스 봉기

그리고 모스크바 볼셰비키 혁명은 갖은 방해 속에도 결국 유럽에 공산혁명을 촉발했습니다. 1917년 10월 볼셰비키 혁명에 고무를 받은 유럽 공산주의자들은 곧바로 선전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공산주의자들은 제1차 세계대전을 제국과 자본가들끼리 싸우는 전쟁이라 규정하며 인민은 제국과 자본가들의 전쟁을 중단하고 억압하는 세력을 제거하는 인민전쟁을 시작해야 한다고 대중을 선동했고 정부의 지배를 받으며 무력하게 전쟁의 진행 상황을 바라볼 수 밖에 없던 민중들은 공산주의자들의 선전에 환호했습니다. 공산주의자들의 활동은 유럽 곳곳에서 벌어졌고 정부는 공산주의자들을 체포하며 그들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막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독일제국의 독일사민당은 유럽 다른 국가보다 더 강한 정치적 입지를 가지고 있었고 독일사민당은 1917년 연말부터 전쟁 중단과 복지 확대를 주장했습니다. 독일제국의 다른 정당은 독일사민당의 득세를 막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1918년 11월 4일 킬 항구의 반란을 시작으로 독일제국은 급속도록 무너졌습니다. 독일제국은 해체되었고 11월 7일 바이에른 왕국에서 독일사민당이 연설을 하고 그 다음날 바이에른 왕국을 바이에른 자유주로 변경한 후 사회주의 국가 건립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바이에른 자유주의 독일사민당은 온건한 방식으로 사회주의 정부를 수립해갔지만 극좌 공산주의 세력은 이에 불만을 품고 1918년 12월 독일공산당을 창립하고 무장봉기인 스파르타쿠스 봉기를 일으켰습니다. 독일공산당은 뮌헨München과 베를린Berlin에서 봉기를 일으켜 도시를 점령했지만 바이마르 공화국 정부군에게 진압당했습니다.

 

헝가리 의회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10월 붕괴되었고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 공산당이 득세했습니다. 특히 머저르에 공산주의 세력이 정권을 잡았고 1919년 3월 21일 헝가리 의회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을 선포했습니다. 헝가리 의회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은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에 이어 전세계에 2번째로 건국된 공산주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르비아 왕국과 루마니아 왕국,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은 공산주의 혁명의 확산을 막기 위해 단합해 헝가리 의회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을 공격해 굴복시키고 헝가리 왕국을 건국했습니다. 헝가리 의회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은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탈리아 왕국 비엔니오 로소

이탈리아 왕국 역시 공산주의 혁명의 물결이 불었습니다. 이탈리아 왕국은 승전국임에도 불구하고 약속한 영토와 배상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탈리아 왕국은 전후 극심한 실업률과 정치 혼란을 겪었고 그 틈을 파고 아나키스트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아나키스트들은 자본가에 대항해 총파업을 유도했고 이탈리아 왕국은 전국적으로 총파업이 발생했습니다. 이탈리아 왕국 정부와 자본가들은 아나키스트 운동에 두려움을 느끼며 소극적으로 대항했고 아나키스트 운동은 이탈리아 왕국을 더 혼란으로 빠뜨렸습니다. 그 때 아나키스트의 정반대인 파시스트 세력인 검은 셔츠단이 아나키스트 운동을 적극적으로 진압하며 이탈리아 왕국의 실세로 떠올랐습니다. 이탈리아 왕국을 강타한 아나키스트 운동은 2년만에 사라져 비엔니오 로소Biennio Rosso(붉은 2년)이라 불렸습니다. 이외에 1917년부터 1919년까지 브라질 제1공화국에서 아나키스트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 미국의 적색공포

헤이마켓 사건

유럽을 강타한 공산주의 혁명은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도 전파되었습니다. 철저한 자본주의를 신봉하던 미국에서도 19세기 말부터 사회주의가 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노동자들은 자본가의 자원독점에 불만을 품었고 미국 자본주의 체제에 반항심을 키웠습니다. 결국 1886년 5월 1일 미국 아나키스트들이 총 파업 궐기대회를 열었고 5월 4일 헤이마켓에서 평화시위를 벌였지만 시위가 끝날 무렵 누군가 경찰에게 사제폭탄을 던졌습니다. 이 사건은 헤이마켓 사건으로 기록되었고 미국에 사회주의 운동과 노동운동이 급성장했습니다. 사회주의자들과 아나키스트들은 총파업을 선동했고 미국 진보 정치인들마저 사회주의 운동에 경계심을 가졌습니다. 1917년 러시아에서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자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재빨리 간첩법을 통과시켜 좌파 단체를 체포해갔고 위험인물을 국외로 추방했습니다.

 

미국 아나키스트 포스터

그러나 1917년 10월 혁명 이후 러시아 내전이 발발했고 넓은 영토를 보유한 러시아가 러시아 내전에 휘말려 전국적으로 대혼란에 빠지자 미국 시민들은 넓은 영토를 가진 미국도 러시아와 같은 처지가 될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이런 상황도 모르고 이탈리아 왕국에서 미국으로 이민간 아나키스트들은 미국 아나키즘 운동을 부채질했습니다. 미국 시민들은 사회주의 세력을 두려워했고 1919년 1월 아나키스트들 주도의 총파업이 발생하자 너도나도 아나키스트들을 규탄했습니다. 이에 아나키스트들은 사제 폭탄으로 정부 기관을 공격하는 테러를 펼쳤고 수많은 사람들이 폭탄 테러에 숨지거나 다쳤습니다. 테러가 신문의 1면을 장식하자 시민들의 아나키스트 여론은 더 악화되었고 언론은 공산주의자들과 아나키스트들이 자유의 땅 미국을 붕괴시킬 음모를 세우고 있다며 음모론을 조직적으로 확산시켰습니다. 미국 시민들은 언론의 음모론을 그대로 믿으며 공포에 빠졌고 반사회주의 성향의 정치인들을 적극 지지했습니다. 결국 1920년 미국 정부는 무장경찰을 조직해 미국의 아나키즘 운동을 무력 진압하고 아나키스트 인사들을 대거 체포해 사회주의 뿌리를 완전히 뽑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