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를린 조약 이후
러시아 제국과 오스만 제국의 전쟁은 러시아 제국의 승리로 끝났고 발칸반도의 여러 국가들이 자치권 혹은 독립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영토가 산스테파노 조약 때보다 줄어들고 반대로 오스만 제국의 영토는 늘어 발칸반도 국가들의 원성은 높아져갔습니다. 그리고 베를린 회의 결과 보스니아는 오스만 제국의 영토로 남았지만 오스만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관계로 이웃국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공동지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vs 러시아 제국
러시아의 지속적인 오스만 공격으로 오스만 제국의 영토였던 발칸반도에 여러 신생국가들이 탄생했습니다. 러시아는 발칸반도에 슬라브족 국가 수립을 도와주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남하정책을 수행했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가까운 발칸반도를 식민지로 삼으려고 했습니다. 두 강대국은 발칸반도를 놓고 이권다툼을 피할 수 없게 되었고 이는 두 제국이 언젠가 충돌할 것을 예견했습니다.
-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 국가들은 발칸반도에 영향력이 없던 작은 영토에 불만을 가지고 영토수복을 위해 전쟁을 벌였습니다. 여러차례 벌어진 전쟁은 발칸반도 국가들끼리 서로 철천지원수가 되게 했습니다.
- 세르비아-불가리아 전쟁[1885]
베를린 회의로 완전 독립을 얻은 세르비아 왕국과 사실상 독립을 얻은 오스만 제국의 자치국 불가리아 공국은 발칸반도의 맹주 자리를 놓고 대립하고 있었습니다. 양측의 감정은 골이 깊어져갔고 국경에서 종종 분쟁을 벌였습니다.
그러다 1885년 9월 오스만 제국 영토 내 동루멜리아 지역에서 불가리아계 주민들이 오스만 제국에 반발해 반란을 일으킨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주민들은 반란을 일으켜 동루멜리아 지역을 차지했고 불가리아 공국에 합병을 요구했습니다. 베를린 회의로 동루멜리아를 잃고 자치권을 얻은 불가리아 공국은 좋은 기회로 여기고 군대를 보내 동루멜리아를 불가리아 공국의 영토로 흡수하려고 했습니다.
세르비아 왕국은 이 사건에 반대하면서 불가리아 공국을 침입했습니다. 하지만 공격자 세르비아군은 강력한 군사국가 불가리아군에게 패퇴하면서 세르비아 영토 안으로까지 밀려들어갔습니다. 결국 전쟁은 불가리아 공국의 승리로 끝나고 양측은 세르비아-불가리아 국경선을 재조정하고 불가리아의 동루멜리아 합병을 승인하는 것으로 평화 협정을 맺고 전쟁을 끝냈습니다.
- 돼지전쟁[1906-1908]
신생독립국이었던 세르비아 왕국은 강대국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았습니다. 대부분의 세르비아산 제품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수출했으며 그 중 돼지고기 비중이 높았습니다. 세르비아 왕국은 자국의 높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경제 의존도를 타개하기 위해 프랑스와도 경제적 교류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불가리아와 관세동맹을 맺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품이 아닌 불가리아 제품을 사용하며 오스트리아-헝가리 수입품을 줄여갔습니다.
이 모습이 탐탁치 않았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세르비아에 처벌의 의미로 세관 봉세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세르비아 왕국 간의 무역분쟁의 시작으로 돼지전쟁으로 불렸습니다.
거대 규모의 수출시장이 끊긴 세르비아 농업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세르비아도 지지않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품에 높은 관세를 메겼습니다. 그리고 이 위기로 세르비아는 국제 무역에 뛰어들기 위해 새로운 산업시설을 건설하고 프랑스, 독일과 투자금을 얻고 무역을 하며 경제호황을 누렸습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세르비아 제압에 실패함을 인정하고 패배를 받아들였습니다.
세르비아 왕국은 돼지전쟁 때 보스니아에 무역기점을 설치하고 아드리아해를 통해 해외와 무역을 할 수 있도록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을 압박했습니다. 더불어 왕국은 세르비아인들이 다수 거주하던 보스니아로 진출을 원했습니다. 세르비아 왕국은 내륙국으로 해외로 연결할 바다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세르비아에게 바다가 있는 보스니아는 세르비아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했습니다. 또한 세르비아인들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많이 거주하고 있으니 민족주의 관점에서도 보스니아 합병은 옳은 선택이었습니다.
이는 발칸반도에 식민지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보스니아부터 차근차근 식민지를 건설하려고 했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반면 러시아 제국은 세르비아 왕국의 행보에 찬성하며 세르비아를 적극적으로 밀어주었습니다.
- 보스니아 위기[1908]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동방의 소국 세르비아 왕국에게 위기를 느꼈습니다. 강대국 러시아 제국을 등 뒤에 둔 세르비아 왕국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가진 보스니아를 빼앗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1908년 불가리아가 독립을 선포한 바로 다음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보스니아를 자국 영토로 합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발표는 세르비아 왕국과 러시아 제국의 항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에 독일제국은 오스트리아 편을 들며 게르만 연합(독일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슬라브 연합(러시아제국, 세르비아 왕국)의 충돌은 임박했습니다. 보스니아 위기는 당장 충돌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세르비아 왕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앙금으로 남았습니다.
- 제1차 발칸전쟁[1912-1913]
제2차 모로코 위기 때 이탈리아 왕국은 오스만 제국의 영토였던 리비아와 도데카니사 제도를 점령했고 오스만 제국은 이에 반발해 이탈리아-튀르크 전쟁[1911-1912]을 벌였습니다. 전쟁에서 오스만 제국은 이탈리아 왕국에게 처참하게 패배하고 있었고 이 소식은 발칸 국가들에게 희소식이었습니다.
세르비아 왕국, 불가리아 왕극, 그리스 왕국, 몬테네그로 왕국은 아직 발칸반도에 남아있는 오스만 제국의 영토를 자국 영토로 흡수하려는 공동 목표를 가지고 발칸동맹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다함께 힘을 모아 오스만 제국을 공격했고 동맹국에게 연전연패하던 오스만 제국은 휴전을 제의했습니다. 잠깐의 휴전 후 다시 전쟁을 했지만 오스만 제국은 이번에도 패배를 거듭해 결국 런던 강화조약을 맺었습니다.
조약 결과로 세르비아 왕국은 북마케도니아를 얻었고 불가리아 왕국은 루멜리아 대부분을 얻었고 그리스 왕국은 남마케도니아와 크레타 섬, 아나톨리아 앞 제도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세르비아 왕국을 견제하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알바니아 공국을 독립시켜 세르비아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방해했습니다. 세르비아 왕국과 몬테네그로 왕국, 러시아 제국이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알바니아 공국은 독립했고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의 해안 영토를 획득했습니다.
하지만 마케도니아를 찢어낸 삼국은 전쟁 이후로도 마케도니아 영역을 두고 싸움을 벌였고 누구도 물러서지 않는 책상싸움은 제2차 발칸전쟁을 일으켰습니다.
- 제2차 발칸전쟁[1913]
제1차 발칸전쟁 종료 후 발칸국가들은 영토 배분으로 의견충돌을 일으켰습니다. 전쟁 전 세르비아와 불가리아는 북마케도니아를 반 나눠서 가지기로 합의했는데 오스만과 전쟁 중 불가리아는 오스만 군의 저항에 부딫혀 고전하는 사이 세르비아군이 북마케도니아 대부분을 점령했습니다. 또한 세르비아는 아드리아 해로 진출하려고 했는데 알바니아가 독립해 바다로 진출이 막혔습니다. 때문에 세르비아는 마케도니아 영역을 더 중요하게 여겨 불가리아와 북마케도니아 지역의 영토 재협상을 요구했습니다. 불가리아는 이에 불만을 가졌고 세르비아의 팽창을 두려워했습니다.
불가리아 왕국은 세르비아를 적으로 생각하고 무력으로 세르비아를 누를 계획을 세웠습니다. 세르비아 왕국은 불가리아의 계획을 눈치채고 몬테네그로 왕국, 그리스 왕국과 연합해 불가리아와의 전쟁을 준비했습니다. 발칸반도를 뒤에서 봐주던 러시아 제국도 세르비아 연합을 지지하며 불가리아 왕국에 그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습니다.
1913년 불가리아 왕국이 세르비아와 그리스를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자 불가리아 왕국군은 그리스 왕국군의 강한 저항에 그리스에서 발이 묶였고 그 틈을 타 불가리아와 영토분쟁을 벌이던 루마니아 왕국과 오스만 제국이 불가리아 왕국을 침공하면서 불가리아 왕국은 사방에서 적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결국 불가리아 왕국은 항복을 선언하고 마케도니아 지역을 비롯한 많은 지역을 잃어버렸습니다.
- 발칸전쟁 결과
발칸전쟁은 새로 독립한 발칸국가들끼리 원수지간이 된 전쟁이었습니다. 그리고 발칸전쟁은 수많은 국가들의 운명을 바꾸어놓았습니다.
-러시아 제국 세력
러시아 제국은 발칸 독립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국가였습니다. 그 대가로 발칸 영향력을 기대했지만 발칸 독립국가들이 서로 앙숙이 되면서 발칸지역에 영향력을 상실했습니다. 러시아 제국은 부동항을 얻기 위해 발칸 전역으로 영향력 확대를 원해 발칸동맹을 원했습니다. 하지만 전쟁으로 발칸동맹이 해체되면서 러시아 제국은 가장 친했던 세르비아 왕국 외 국가들을 잃었습니다. 때문에 러시아는 세르비아를 더욱 지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세르비아는 항구가 없는 내륙국이었기 때문에 러시아의 부동항 꿈은 멀어졌습니다.
세르비아 왕국은 전쟁의 수혜국이었습니다. 세르비아 왕국은 전쟁으로 발칸반도의 맹주국으로 성장했고 든든한 배후 러시아 제국의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르비아 왕국도 잃은 것이 있습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게 보스니아와 알바니아를 잃으면서 바다 진출이 막혔습니다. 이 때문에 세르비아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게 매우 안좋은 감정을 가졌습니다. 이 감정은 훗날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인 사라예보 사건을 일으키는 계기가 됩니다.
그리스 왕국도 전쟁의 수혜국이었습니다.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독립 후 그리스 왕국은 비잔티움 제국의 고토를 수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스 왕국은 전쟁으로 영토를 넓혀가며 콘스탄티노플에 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다른 국가였던 그리스 남부와 북부는 서로 다른 지배체제를 도입했습니다. 그리스 남부는 왕국으로 그리스 북부는 총독령으로 통치했습니다. 서로 다른 통치체제는 제1차 세계대전 어느 편에 설지를 두고 갈등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몬테네그로 왕국은 발칸전쟁으로 영토를 얻었으며 세르비아 왕국의 끈끈한 동맹국 자리를 지켰습니다.
루마니아 왕국은 오스만 제국 치하에서 근대화를 이루어냈고 독일/이탈리아 통일을 따라 몰다비아 왈라키아 연합공국에서 루마니아 왕국으로 통일을 했습니다. 그 후 러시아-튀르크 전쟁에 러시아와 함께 참전해 독립국 지위를 얻어냈습니다. 독립 후 루마니아 왕국은 강력한 국가로 성장했고 불가리아에서 영토를 얻으며 전성기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불가리아 왕국은 독립 후 팽창주의 정책을 지속했습니다. 이 정책으로 초기에는 큰 영토를 얻을 수 있었지만 과격하고 호전적인 정책은 사방에 적을 만들었습니다. 오스만 제국과 무리한 전쟁 욕심은 러시아 제국의 지원을 끊게 만들었고 세르비아를 비롯한 주변국들에게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불가리아 왕국은 전쟁으로 많은 영토를 잃고 러시아 제국 대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손을 잡게 되었습니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세력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발칸반도로 진출하려는 동진정책을 펼쳤지만 세르비아 왕국의 저항에 부딫혔습니다. 독립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력한 국가로 부상한 세르비아 왕국은 전통의 강대국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을 위협했습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세르비아의 확장을 막기 위해 보스니아를 흡수하고 알바니아를 독립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세르비아와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고 세르비아 민족주의자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황태자를 암살하는 사건으로 번지게 되었습니다.
알바니아 공국은 베를린 회의 이후 오스만 제국의 식민지로 잔류했습니다. 이후 알바니아에서 독립전쟁이 벌어졌는데 제1차 발칸 전쟁이 터지며 세르비아 왕국, 몬테네그로 왕국, 그리스 왕국에 흡수당할 위기에 처해있었습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독일제국, 이탈리아 왕국이 삼국동맹을 맺어 러시아 제국과 발칸 국가들에게 알바니아 공국 독립을 요구했고 알바니아는 독립하게 됩니다. 그리고 알바니아인들이 살던 세르비아&몬테네그로 해안지역을 수복했습니다.
보스니아는 베를린 회의 후 오스만 제국의 영토로 남았지만 오스만 제국이 영향력을 잃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식민지로 삼으려 했습니다. 세르비아 왕국은 이에 반발하며 보스니아를 차지하기를 원했습니다. 보스니아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세르비아 왕국의 이권다툼 주인공이 되었으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보스니아를 합병해 보스니아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령이 되었습니다.
-오스만 제국
오스만 제국은 전쟁으로 막심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기독교 세력의 광범위한 공격으로 유럽에서의 영향력을 상당수 상실했습니다. 제2차 발칸전쟁 이후 오스만 제국은 발칸반도 전역을 잃고 콘스탄티니예 북부 일부만 간신히 보전할 수 있었습니다. 이 후 오스만 제국은 유럽의 환자로 조롱받았습니다. 오스만 제국도 이 일에 충격에 빠져 범튀르크주의를 주장하며 타민족을 학살하며 반오스만 세력을 잔혹하게 탄압했습니다. 더불어 개혁을 추진했지만 유럽 국가들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고 제국에 암운이 드리워졌습니다.
2부작인 발칸반도 편이 끝났습니다. 이 편으로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이 된 발칸반도의 상황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발칸반도는 신생독립과 전쟁으로 19세기부터 20세기 초 유럽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발칸반도는 유럽의 화약고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발칸반도는 막 독립한 신생국가로 유럽과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적은 관계로 발칸에서의 문제가 유럽과 세계의 문제로 번질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지배하던 유럽 식민제국들이 발칸문제에 개입했습니다. 제1/2차 발칸전쟁도 러시아 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오스만 제국 뿐만 아니라 독일제국, 이탈리아 왕국, 대영제국, 프랑스가 개입해 전쟁을 중재하는 등 전장에 참여하지 않았을 뿐 전쟁에 개입했습니다. 이는 식민제국끼리의 세력 견제가 있었기에 작은 국가의 문제에도 깊이 개입한 것이었습니다. 강대국끼리 어떤 이해관계가 있었는지 발칸반도 편 다음 이야기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다음시간에는 발칸반도를 비롯한 수많은 영토를 잃고 유럽의 병자로 전락한 오스만 제국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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