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벨 에포크Belle Époque
1890년대 유럽 국가들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전폭적인 식민지 확장을 시작하며 철도산업을 발전시켰고 침체하던 경기를 다시 부양했습니다. 이에 따라 부르주아들은 다시 막대한 돈을 벌며 생활수준이 향상되었습니다. 그래서 경제적 여유를 갖춘 부르주아를 중심으로 사치 문화가 발달했고 이 시기를 찬란한 시대라고 칭하며 벨 에포크Belle Époque라 불렀습니다. 이 시기에 패션과 미용이 사치스러움을 강조했고 밝은 이미지의 사실적인 그림, 교향곡 등 고귀한 예술이 꽃피웠습니다.
하지만 벨 에포크Belle Époque의 혜택은 부르주아와 귀족 등 상위 계층에게 해당되었고 하위 계층인 노동자들은 그 혜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빈부격차는 눈에 띄게 거대해졌습니다. 노동자 눈에 벨 에포크Belle Époque는 부유한 사람들이 모든 것을 장악한 체 그것들을 향유하는 독점 시대였고 부유한 자들에 대한 반감은 커졌습니다. 그리고 예술가들은 이 현실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부자들의 향유물인 예술을 스스로 파괴하는 시도를 가했습니다. 그들은 규칙과 규율, 원칙으로 세워진 미술과 음악에서 규칙을 모두 파괴하고 아름다움을 스스로 파괴했습니다.
- 전쟁이 일으킨 저항 정신
몇몇 예술가들은 불합리한 현실에 저항해 반기를 들었지만 많은 예술가들은 부자의 후원을 받으며 정형화된 예술을 수호했습니다. 그들에게 평화는 영원한 것이었고 평화 속에 그들은 최대한 아름다움을 발굴하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은 모든 것을 뒤바꿨습니다. 영원할 것 같던 평화가 끝나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파멸이 찾아왔습니다. 평화의 시대에 미美를 탐구하던 이들에게 잔인한 전쟁터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전쟁터는 수많은 예술가의 목숨을 앗아갔고 생존한 예술가에게는 벨 에포크Belle Époque가 거짓이었음을 깨닫게 했습니다. 생존한 예술가는 전쟁을 일으킨 상위 계급과 부르주아에 반기를 들었고 그들을 위한 예술을 가차없이 파괴했습니다. 이렇게 현대 예술이 탄생했습니다.
- 제1차 세계대전과 음악의 재창조
아직 평화의 시대인 벨 에포크Belle Époque 시대에도 부유한 자들을 위한 음악을 거부한 음악가들이 존재했습니다. 대표주자는 러시아 제국 출신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로 1913년 이미 '봄의 제전'으로 형식과 화협을 무시한 음악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전쟁터에서 살아돌아온 예술가들은 그들의 후원자인 부자들에게 혐오를 표하며 존경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문법을 무시하고 대담한 새 기법을 도입했습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출신인 아르놀트 쇤베르크는 12음 기법을 창안해 기존 작곡법을 모두 폐기시켰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음악계는 기존의 질서를 모두 삭제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에 저항해 기존의 교향악을 보존하려 노력한 음악가들도 존재했지만 재창조의 흐름을 이길 수는 없었고 결정적으로 재즈와 라디오의 등장으로 기존 음악은 폐기 직전으로 몰렸습니다.
- 재즈Jazz
아프리카 문화를 그대로 가져간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아메리카에서 즉흥적인 연주 문화를 선도했습니다. 즉흥적이고 신나는 재즈는 조용히 감상하는 교향곡과 달리 모두가 춤추며 함께 즐기는 음악이었고 전통과 질서가 미약한 미국에서 흥행했습니다. 그리고 1920년대 미국에서 재즈 붐이 일어나자 유럽에 주둔한 미군 중심으로 재즈가 유럽으로 전파되었고 유럽의 일반인은 재즈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부유한 자들도 재즈를 감히 거부하기는 어려웠고 재즈는 신분과 질서의 벽을 뚫고 확산되었습니다. 재즈가 형식없이 누구나 즐기는 현대음악을 확립했습니다.
- 다다이즘Dadaism
음악처럼 미술 역시 사실적이고 고귀하게 그리는 화풍에서 벗어나 무작위로 그리면서 부르주아와 후원자에 대한 저항정신을 보였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며 수많은 자들이 목숨을 잃자 전쟁에서 헛되이 죽기 싫은 젊은 예술가들은 중립국인 스위스로 도피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형식을 모두 파괴하는 다다이즘Dadaism을 개발했습니다. 다다이즘은 미술의 형식을 모두 파괴하며 강력한 저항정신을 드러냈습니다.
- 추상주의
다다이즘 외에도 전쟁에서 살아돌아온 많은 미술가들은 어지럽고 무질서하며 파괴적인 전쟁터의 모습을 잊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기억은 조화롭고 형식적인 기존 미술이 아닌 파편화된 미술을 창조했습니다. 그리고 이 극단적이고 강렬한 미술은 사람들에게 전쟁의 무서움을 잘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전쟁 직후 수많은 미술가들이 장면을 의도적으로 왜곡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추상주의 화법으로 전쟁을 고발했습니다.
이 운동이 지속되자 현실 그 자체에 왜곡을 주는 변화도 발생했습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을 그리는 그림이 등장했고 이것이 초현실주의입니다. 살바도르 달리가 초현실주의를 선도했고 현실세계를 깨부수자는 저항정신으로 미술의 지평이 넓어졌습니다. 이처럼 제1차 세계대전은 기존의 것을 더이상 따르지 않고 저항하는 정신을 촉발시켰고 음악과 미술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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