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청소: 민족주의 국가 건립] 튀르크의 땅

• 지배자 튀르크 민족

튀르크 전사

12세기 말 아나톨리아 반도는 비잔티움 제국과 룸 셀주크 술탄국이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비잔티움 제국은 그리스계 민족들이 지배 민족으로 로마의 영광을 유지했고 룸 셀주크 술탄국은 아나톨리아 지방을 떠돌아다니던 튀르크 민족들이 비잔티움 제국을 격퇴하고 정착해 건국한 국가입니다. 룸 셀주크 술탄국은 로마의 계승을 주장하며 아나톨리아 반도의 지배자로 확립했습니다. 하지만 룸 셀주크 술탄국은 내부 부패로 무너져갔고 몽골 제국의 침공에 무너졌습니다. 튀르크인들은 동방의 침공자 몽골의 지배를 받았고 몽골의 영향력이 줄어들자 몽골에 대항해 새 튀르크 국가를 건국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오스만으로 오스만은 처음에는 베이국으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오스만 베이국은 점차 성장하며 아나톨리아와 발칸 지역을 점령했고 비잔티움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누스폴리스Κωνσταντινούπολις를 점령하며 기독교인들을 흡수했고 튀르크 국가인 베이국에서 여러 민족을 지배하는 오스만 제국으로 성장했습니다.

러시아-튀르크 전쟁

로마 제국의 계승을 주장한 오스만 제국은 콘스탄티누스폴리스Κωνσταντινούπολις를 점령한 직후 로마 제국을 주창하며 동방 정교회 기독교인들을 포용했습니다. 오스만 제국은 로마에게 충성하는 다양한 민족에게 시민권을 주고 같은 시민으로 인정하며 다양한 민족을 제국의 깃발 아래 모이게 한 로마 제국의 정치 제도를 본받으려고 했고 지역의 언어와 문화, 종교와 관습, 법률을 인정하는 밀레트 제도ملت سیسته‌می를 확립했습니다. 오스만 제국은 발칸반도와 아라비아 반도, 북아프리카로 진출하며 다양한 종교와 민족들을 흡수했고 밀레트 제도ملت سیسته‌می로 그들의 자치권을 인정했습니다. 덕분에 오스만 제국은 전성기 시절 내부 반란 없이 안정적으로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허나 밀레트 제도ملت سیسته‌می는 피지배민족이 반란을 일으킬 경우 취약해진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고 러시아 제국은 러시아-튀르크 전쟁 때 범슬라브주의와 동방 정교회 수호를 외치며 발칸반도의 슬라브 민족들을 선동했고 동방 정교회를 믿던 아르메니아인들을 러시아 제국에 충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오스만 제국은 러시아 제국에 호응해 오스만 제국에게 칼을 든 슬라브 민족과 아르메니아 민족, 즉 기독교 세력에 깊은 배신감과 반감을 가졌고 그들을 증오했습니다.

• 튀르크 민족주의

이집트군과 싸우는 오스만군

오스만 제국은 러시아-튀르크 전쟁으로 연전연패하며 패퇴하고 있었고 프랑스 제3공화국, 이탈리아 왕국, 대영제국 등 다른 기독교 제국들도 오스만 제국을 우습게 여기며 오스만 제국의 영토를 노리고 하나씩 강탈해갔습니다. 오스만 제국은 제국의 몰락에 절망했고 무너져가는 제국을 다시 부흥시키고 싶어했습니다. 오스만 제국은 기독교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거두고 이슬람 아래 뭉치자는 범이슬람주의를 외치며 제국을 이슬람 하에 뭉치게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라바아 반도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인 와하브파가 성행해 네지드نجد를 장악하며 이슬람 성지를 위협했고 이집트는 무함마드 알리 파샤가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자치를 인정받아 사실상 독립했습니다. 즉 이슬람 국가끼리도 오스만 제국에 불복하며 자기들의 술탄국 건립에 열중했습니다. 오스만 제국은 같은 무슬림의 배신에 충격을 받았고 제국을 하나로 뭉칠 또다른 이념을 찾아나섰습니다.

청년 튀르크당 혁명

오스만 제국의 지식인들과 인재들은 강대국인 유럽으로 가 유럽의 이념과 사상을 공부하며 선진 이념을 배웠습니다. 그들은 유럽의 통치 철학과 이념을 배웠고 민족주의와 자유주의를 오스만 제국을 구원할 사상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술탄이 모든 것을 통치하고 결정하는 전제군주제에서 벗어나 인재들이 헌법을 만들고 헌법에 따라 국가를 통치하기를 원했고 민족주의 따라 오스만 제국을 튀르크 민족국가로 변모시키고 싶어했습니다. 오스만 제국의 지식인들은 개혁을 시도한 끝에 미트하트 헌법을 만들었지만 압뒬하미트 2세가 러시아-튀르크 전쟁을 명분으로 1889년 미트하트 헌법을 폐지하고 전제군주제를 부활시키자 지식인들과 진보 성향의 군인들은 청년 튀르크당을 결성해 1908년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그들은 청년 튀르크당 혁명으로 압뒬하미트 2세를 폐위하고 입헌군주제를 도입한 후 그들 스스로 오스만 제국의 정치를 맡았습니다.

오스만 제국의 민족 지도(오스만 제국 남부는 모두 아랍 민족)

청년 튀르크당은 유럽의 주류 사상인 민족주의에 고무되었고 튀르크 민족이 힘을 합쳐 강대국으로 성장하자는 범튀르크주의를 외쳤습니다. 오스만 제국은 범튀르크 민족주의 하에 아나톨리아 반도와 카스피 해 인근의 튀르크 민족을 하나로 뭉쳐 하나의 튀르크 국가를 건국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오스만 제국은 많은 영토를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많은 민족들이 제국 하에 있었습니다. 오스만 제국 서부에는 헬레스 민족(그리스 민족)들이 분포했고 아나톨리아 반도 동부에는 아르메니아 민족, 아시리아 민족, 쿠르드 민족이 존재했으며 극소수 민족인 자자스 민족과 라제스 민족, 유대인도 제국에 분포했습니다. 더불어 아나톨리아 반도 이남에는 아랍 민족 만이 존재했고 아랍 민족의 지식인들은 청년 튀르크당의 범튀르크주의에 반발해 레반트(현 시리아-레바논-이스라엘-요르단 지역)에서 범아랍주의를 외치며 아랍 민족을 하나로 묶으려고 했습니다. 수백년간 여러 민족을 지배한 "제국" 오스만 제국은 이미 수많은 민족들이 한 영토 안에 혼재해 있었고 민족주의는 오히려 오스만 제국을 해체할 수 있는 위험한 사상이었습니다.

• 인종청소

제1차 발칸전쟁

청년 튀르크당의 범튀르크주의는 오히려 제국을 해체할 뻔했습니다. 발칸반도의 수많은 민족들은 범튀르크주의에 자극을 받아 자신들의 민족주의 운동을 일으켜 제1차 발칸전쟁으로 오스만 제국의 남은 발칸반도 영토를 슬라브 민족들이 나누어 가져갔고 오스만 제국은 발칸반도 영토를 상실했습니다. 불가리아 차르국과 세르비아 왕국은 마케도니아에 있는 자민족을 해방시킨다는 명분으로 마케도니아를 분할해 가져갔고 그리스 왕국은 헬레스 민족이 있는 곳을 따라 북진하며 마케도니아 남부를 장악했습니다.

아시리아인

오스만 제국은 1912년 제1차 발칸전쟁의 패배로 제국의 체면을 구겼고 제국의 동방에 있는 기독교 민족인 아르메니아 민족과 아시리아 민족은 기독교 탄압에서 해방해 민족 국가 건립을 준비했습니다. 아르메니아인들은 오스만 제국이 자행한 아르메니아인 학살 이후 1868년 아르메니아 국가 헌법을 제정하고 아르메니아 의회를 건립하며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독립을 준비했고 아시리아인들은 밀레트 제도ملت سیسته‌می 하에 아시리아인 자치를 운용했습니다. 오스만 제국의 청년 튀르크당은 서부 기독교 세력의 봉기로 발칸반도를 잃은 것에 분노했고 동부 기독교 세력 역시 동일하게 제국에 대항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아르메니아 민족과 아시리아 민족을 증오했습니다.

오스만 제국 휘하의 쿠르드 자원병

오스만 제국의 튀르크 민족과 동일하게 이슬람을 믿는 쿠르드 민족과 아랍 민족은 기독교 세력보다는 나은 처지에 놓였습니다. 쿠르드 민족과 아랍 민족은 쿠르드 민족주의와 아랍 민족주의를 주창하기도 했지만 쿠르드 민족과 아랍 민족은 분열되어 있었고 일부는 이슬람 제국인 오스만 제국에게 충성했고 일부는 민족주의를 신봉했습니다. 때문에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쿠르드 민족과 아랍 민족은 다른 민족들과 달리 지하드에 응해 오스만 제국을 지원하기도 했고 오스만 제국은 초창기에는 쿠르드 민족과 아랍 민족을 크게 탄압하지 않았습니다. 허나 튀르크 민족주의를 광신한 청년 튀르크당은 쿠르드 민족과 아랍 민족 역시 언젠가는 오스만 제국에서 제거해야 할 존재로 여겼습니다.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청년 튀르크당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기독교 민족들에게 영토를 주어야 했던 러시아-튀르크 전쟁의 악몽을 떠올리며 오스만 제국의 기독교 민족들이 독립국을 세우기 전에 빨리 제국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러시아 제국은 청년 튀르크당의 예상대로 기독교 민족인 아르메니아 민족과 아시리아 민족에게 동방 정교회 하에 모일 것을 호소하며 카자르 제국과 캅카스 지역에서 오스만 제국을 향해 공세를 펼쳤습니다. 러시아군이 공격하는 곳에는 아르메니아 민족과 아시리아 민족이 있었고 민족 정부는 러시아 제국의 편에 서 민족 해방운동을 벌였습니다. 청년 튀르크당은 1914년에 일어난 러시아-튀르크 전쟁에서는 민족 국가 독립을 절대 불허했고 오스만 제국 영토에서 아르메니아 민족과 아시리아 민족을 완전히 추방하기로 했습니다. 즉, 아르메니아 민족과 아시리아 민족이 민족 독립국가를 건설하더라도 오스만 제국 영토 하에서 국가를 건국하는 것이 아닌 다른 곳에서 건국하게 만든 것입니다. 오스만 제국은 아르메니아 민족과 아시리아 민족들을 학살하고 생존자들은 카자르 제국과 러시아 제국으로 추방했습니다. 오스만 제국은 아르메니아 민족, 아시리아 민족을 학살하는 과정에서 튀르크 민족이 아니라면 누구든지 학살했고 쿠르드 민족도 학살에 억울하게 휘말려 희생되었습니다.

• 아랍 민족주의

아랍어 화자 인구 분포=아랍 민족 분포

한편 아라비아 반도와 북아프리카를 지배한 아랍인들은 오래 전부터 튀르크 민족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랍인들은 이슬람 경전인 쿠란이 아랍어로 기록되어 있고 이슬람이 아라비아 반도에서 발흥한 것을 근거로 삼아 아랍인을 이슬람의 시초를 함께 한 사람으로 여겼습니다. 아랍 민족은 초창기에는 아라비아 반도의 사막을 유량하는 베두인들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이슬람이 전파되고 아랍어를 하는 화자가 아라비아와 북아프리카로 확산되자 아랍어를 하는 사람으로 의미가 확장되었습니다. 때문에 아랍인들은 북아프리카에 사는 사람과 아라비아에 사는 사람을 동일한 아랍인으로 보았고 동질성을 가졌으며 이슬람의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민족으로 정의했습니다. 스스로 이슬람 정통 민족이라 외치는 아랍인에게 튀르크인은 북방의 야만적인 유목민족이었고 튀르크 민족이 건립한 오스만 제국의 이슬람 종주국 선포에 대해서 하등한 민족이 우월한 민족을 지배하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베두인(아랍 민족주의의 원류)

1908년 오스만 제국 내에서 청년 튀르크당 혁명이 일어나고 청년 튀르크당이 범튀르크주의를 외치자 아랍 민족은 이에 대항해 레반트 지역에서 범아랍주의를 외쳤습니다. 청년 튀르크당은 범아랍주의를 외치며 범튀르크주의에 대항하는 아랍인들을 탄압하려고 했지만 오스만 제국은 1900년대만 해도 아랍인들의 주무대인 아라비아 반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스만 제국은 헤자즈 철도를 건설해 아라비아 반도에 오스만 제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했고 아랍인들은 이에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아라비아 반도의 아랍인들은 아랍 민족주의를 외쳐도 오랜 시간 사막에서 부족생활을 한 전통이 남아 부족 사회를 이루었고 부족끼리 전쟁을 벌이는데 집중했습니다. 때문에 튀르크 민족주의자들은 아랍인들은 하나로 뭉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고 이는 후에 오스만 제국을 위협하는 실수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