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전선: 벨기에 침공] 벨기에를 통과하라

헬무트 요하네스 루트비히 폰 몰트케

• 슐리펜 계획의 발동

마리 아델라이드 여대공

1914년 8월 1일 독일제국은 러시아 제국에 선전포고를 한 뒤 바로 슐리펜 계획을 실행했습니다.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을 승리로 이끈 명장 알프레드 폰 몰트케의 조카 헬무트 요하네스 루트비히 폰 몰트케 총참모장의 지휘 하에 병력을 실은 철도가 벨기에와 룩셈부르크로 이동했습니다. 8월 2일 독일군은 룩셈부르크 공국을 점령했고 룩셈부르크 공국의 마리 아델라이드 여대공은 독일군이 룩셈부르크를 통과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룩셈부르크 공국은 독일제국의 주로 편입되었습니다. 룩셈부르크 국민들은 이에 반발해 독립운동을 펼쳤고 독일은 이를 탄압했습니다.

알베르 1세

독일제국의 다음 목표는 벨기에 왕국이었습니다. 벨기에 왕국의 국왕 알베르 1세도 독일의 의도를 눈치채고 8월 1일 독일제국에게 벨기에의 중립을 약속해달라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8월 2일 독일제국은 알베르 1세에게 최후통첩을 보냈습니다. 독일제국에게 길을 내어주면 벨기에의 영토와 재산을 보호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8월 3일 알베르 1세는 이 통첩을 거부했고 이를 대영제국에게 알렸습니다. 대영제국 의회는 벨기에 보호 여론으로 급속히 기울어졌고 독일제국은 9월 3일 프랑스 제3공화국에 선전포고하며 8월 4일 벨기에를 침공했습니다. 대영제국도 8월 4일 독일제국에 선전포고했습니다.

• 벨기에의 항전

벨기에 왕국은 독일제국에 비해 여러모로 열세였습니다. 인구와 군사력 모두 독일제국이 압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알베르 1세는 포기하지 않고 7월 31일 총동원령을 내리며 독일제국에 맞써 싸울 준비를 마쳤습니다.

• 리에주Liège 전투

8월 4일 아침 8시 독일제국군이 벨기에 국경을 침범해 진격했습니다. 알베르 1세는 브뤼셀에서 연설을 하며 독일제국군에 맞써 싸울 것을 호소했고 전국민이 이에 호응했습니다. 독일제국군은 리에주로 진격했습니다. 리에주는 벨기에 수도인 브뤼셀과 프랑스로 가는 길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로 독일군은 리에주를 함락해야 벨기에와 프랑스로 진격할 수 있었습니다. 알베르 1세는 리에주에 12개의 요새를 짓고 뫼즈 강의 다리를 폭파하고 제라르 르망을 리에주 사령관으로 임명해 독일군의 공격을 준비했습니다.

제라르 르망 사령관

8월 5일 리에주에 도착한 독일군은 리에주 요새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독일제국 몰트케 총참모장은 8월 10일까지 리에주를 점령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독일군은 요새를 포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독일군은 벨기에군을 초콜릿 군대라며 무시했지만 벨기에군은 예상외로 강하게 저항했습니다.

독일군은 요새를 야포로 포격했지만 콘크리트로 지어진 요새는 포탄을 튕겨냈습니다. 포격 후 독일군은 요새로 병력을 밀어넣었고 벨기에 군의 포격과 기관총 공격에 독일군의 피해가 커져갔습니다. 병사의 피해가 커져가는데도 독일 지휘관은 인력을 총알쓰듯 끝없이 병력을 밀어넣어 요새를 하나하나 점령해갔습니다. 하지만 벨기에군은 요새가 하나씩 점령되어도 끝까지 결사항전을 벌였습니다. 독일군은 체펠린 비행선 폭격까지 하면서 제라르 르망의 항복을 유도했지만 르망은 끝까지 버텼습니다.

함락된 리에주

8월 7일 시타델이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제라르 르망은 가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안트베르펀Antwerp으로 후퇴할 것을 명했습니다. 독일군은 시타델을 점령했지만 남은 요새는 끝까지 결사항전했고 독일은 8월 10일이 지나도록 리에주를 점령하지 못했습니다.

대구경 베르타 중포

8월 12일 독일 후속부대는 망가진 벨기에 길을 복구하며 대구경 베르아 중포를 리에주로 끌고 왔고 독일군은 중포로 요새를 포격했습니다. 야포에도 끄떡없던 벨기에 요새는 대구경 중포의 공격에 무너졌고 결국 8월 16일 리에주는 완전히 독일군에게 점령당했습니다.

• 할렌Halen 전투

할렌 전투

8월 7일 독일군이 리에주 시타델을 함락한 후 8월 11일 독일 제2 기병대는 게테gete 강에 있는 벨기에군 좌익을 공격하기 위해 하셀트Hasselt와 디스트Diest로 진격했습니다. 이에 벨기에군도 기병대를 이끌고 할렌Halen 마을에서 독일 기병대와 싸울 준비를 했습니다. 8월 12일 할렌 마을에서 만난 양측은 기병돌격으로 전투를 벌였습니다. 벨기에군은 용기병과 창기병을 동원해 독일군 기병대를 공격했고 독일군 기병대는 이에 강하게 응전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벨기에군이 열세에 놓였는데 벨기에 증원군이 마침 도착했고 벨기에군은 독일 기병대를 게테 강으로 몰아냈습니다. 독일군은 전투에서 패배하고 후퇴했습니다. 벨기에군은 할렌 전투에서 전략적 승리를 거머줬지만 결국 브뤼셀로 독일의 진격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 디낭Dinant 전투

디낭 전투 후 디낭 마을

리에주 전투가 독일의 예상과 달리 장기화되자 독일군은 일단 일부 병력을 프랑스로 진격시키기로 했습니다. 독일군의 움직임을 파악한 프랑스군은 프랑스 국경지대 기베Givet에서 군을 보내 8월 14일 벨기에 디낭Dinant 마을과 뫼즈강 서쪽을 점령했습니다. 8월 15일 독일군이 디낭에 도착했고 디낭 도시를 두고 프랑스와 독일의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프랑스군은 디낭 앞을 가로지르는 뫼즈 강을 방어선 삼아 독일군의 공격을 방어했고 독일군은 강을 횡단하며 끊임없이 디낭으로 진격했습니다. 20일 독일군이 디낭으로 상륙했고 21일 독일 오토바이부대가 밤에 디낭을 습격해 디낭 생 쟈크 거리를 불질렀습니다. 23일 디낭 시내는 독일군에게 함락당했고 독일군은 디낭의 민간인을 학살하고 집과 다리, 역사적 의의가 있는 건축물을 불태웠습니다. 24일 프랑스군은 디낭에서 철수했습니다.

• 브뤼셀Bruxelles 점령

브뤼셀에서 벌어진 독일군 행진

8월 16일 리에주를 완전히 점령한 독일군은 바로 브뤼셀로 진격했습니다. 브뤼셀의 정부는 후퇴했고 8월 20일 독일군은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을 점령했습니다.

• 나뮈르Namur 공성전

나뮈르 요새를 포격하는 독일군

리에주를 점령한 독일군은 프랑스로 진격하기 위해 나뮈르를 점령해야 했습니다. 21일 나뮈르에 도착한 독일군은 항공정찰로 나뮈르 요새를 정찰하려했지만 비 때문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독일군은 개의치 않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305mm 공성포와 대구경 베르타 중포로 요새를 포격했습니다. 리에주 요새와 달리 나뮈르 요새는 콘크리트가 빈약해 독일군의 포격과 요새에 설치한 대포의 무게로 요새는 무너졌고 25일 독일군 보병의 공격에 결국 함락되었습니다. 프랑스군은 벨기에군을 지원하려 했지만 20일 시작된 샤를루아전투로 프랑스 주력군과 독일군이 전투를 벌여 나뮈르에 1개 사단만 지원병을 보낼 수 밖에 없었고 벨기에&프랑스군은 독일군의 압도적 화력에 굴복했습니다. 25일 나뮈르의 마지막 요새가 항복하면서 독일군은 나뮈르를 점령했고 잔존 벨기에 병력은 안트베르펀으로 이동했습니다.

• 벨기에 학살

벨기에 학살 그림

독일군은 벨기에를 초콜릿 군대라 부르며 우습게 보았습니다. 하지만 벨기에가 의외로 필사적으로 저항하자 독일군은 당황했고 전쟁에 대한 스트레스와 벨기에인에 대한 증오심이 커져갔습니다. 더군더나 벨기에 국민들은 독일의 점령에 호의적이지 않았고 독일군은 벨기에 게릴라군 프랑-티뢰르(francs-tireurs)에 대한 공포심이 커져갔습니다. 벨기에 뢰번Leuven의 시의원들은 8월 초에 독일군에 맞써 무기를 들고 싸울 것을 촉구했습니다.

1914년 8월 25일 뢰번 지역에 무장 게릴라군이 없음에도 독일군은 게릴라군을 의심하며 뢰번 대학교와 집을 불지르고 뢰번 시민들을 학살했습니다. 독일군은 의심이 되는 사람은 심문도 하지 않고 잡아다 고문하고 학살했습니다. 독일군은 벨기에 뢰번Leuven 외에도 벨기에 동부와 중부의 마을들을 학살하고 파괴했습니다. 독일의 이 행위는 당시 중립국이었던 미국의 기자들이 사건을 취재하고 미국 언론에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벨기에 학살을 프로파간다로 사용하며 독일을 야만국으로 지칭하고 군 입대를 독려했습니다.

• 차질이 생긴 슐리펜 계획

독일은 프랑스로 빠르게 진격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길목에 있는 벨기에는 저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벨기에는 요새를 지어가며 처절하게 방어했고 독일군의 진격속도는 느려졌습니다. 파리로 신속하게 기동하려고 한 슐리펜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습니다. 벨기에군이 결사항전하는 동안 대영제국군이 도버 해협을 건너 프랑스와 벨기에에 도착했고 독일군은 단기전에서 점점 멀어졌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독일-프랑스 국경지대에서 벌어진 국경전투에서 독일군이 승리하며 독일군은 늦었지만 프랑스 파리로 진격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