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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전구/서부전선

[서부전선: 독일 기근] 순무의 겨울

by 롱카이. 2022. 2. 2.
  • 총력전의 영향

제1차 세계대전 독일군 전투준비
징발된 독일군

1914년 전쟁을 시작한 독일제국은 서부전선과 동부전선 양측 전선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습니다. 독일제국은 서부전선에서 프랑스군, 영국군과 프랑스&영국 식민지군을 상대해야 했고 동부전선에서 끊임없이 밀고들어가는 러시아군을 상대해야 했습니다. 때문에 독일군은 서부전선과 동부전선을 모두 상대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병력을 보유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독일군 군수뇌부는 성인 남성은 모두 군대에 입대하게 했습니다. 독일 군수뇌부는 일반 성인 남성 뿐만 아니라 농부, 어부, 공장 노동자 중 성인 남성이라면 모두 징집했습니다. 그래서 독일제국 군부는 많은 병력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공장의 여성 노동자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들

하지만 독일 성인 남성이 모두 징발되자 농어촌과 공장에는 인력이 비었습니다. 그래서 농어촌과 공장에 독일인 여성들이 동원되어 식량과 물자를 생산했습니다. 독일제국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까지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동원하는 총력전을 벌인 것이었습니다. 독일 여성들은 국가를 위해 노동력을 바치며 생산활동을 지속했습니다. 허나 대부분의 여성은 남성만큼의 체력을 보유하지 못했고 때문에 식량과 물자 생산량은 남성 농부, 어부, 노동자가 생산할 때보다 적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식량과 물자는 생산되었고 그것으로 독일 경제를 움직였습니다. 허나 독일제국의 남성은 전쟁터로 보내지고 여성은 공장에서 일하며 군수물자 위주로 생산활동을 하면서 식량과 생필품 생산량은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독일제국 신민들이 사는데 꼭 필요한 식량과 생필품 생산량 감소는 독일제국의 위기로 커져갔습니다.

 

거기에 대영제국 해군이 해상봉쇄를 하면서 독일의 식량과 물자 수입길이 막혔고 독일제국은 무엇이든지 자급자족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이는 어느 하나라도 자급자족에 실패하면 국가가 휘청거릴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 감자 흉년으로 먹을 것이 사라진 독일인

독일 감자 주식 요리
독일의 주식 감자 요리

독일인의 주식은 감자였습니다. 독일인은 감자로 샐러드, 수프, 튀김, 구이 등 여러 음식을 해 먹었고 지역 별로 지역을 대표하는 감자요리가 있을 정도로 독일인의 감자 사랑은 유별했습니다. 그래서 독일 농가 대부분은 감자 농사를 지었는데 농사를 지을 인력이 적은 상태에서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감자 생산량이 감소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1916년 독일에 가을 홍수가 나면서 수많은 감자들이 썩어 감자가 동났습니다. 때문에 감자를 주식으로 먹던 독일인들은 먹을 것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 감자의 대용품 루타바가

순무와 루타바가
순무(좌)와 루타바가(우)

다행히 루타바가는 홍수에서 살아남았습니다. 루타바가는 순무와 다른 작물이었지만 생김새가 순무와 비슷해 독일인들은 루타바가도 순무라 불렀습니다. 허나 순무와 달리 루타바가는 맛이 없기로 유명해서 독일인들은 루타바가를 가축 식량으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감자가 없어 굶어죽게 생긴 독일인들은 루타바가라도 먹으며 목숨을 연명해야 했습니다. 독일인들은 루타바가를 먹으며 허기를 달랠 수는 있었지만 루타바가의 맛이 너무 없었기에 수많은 독일인들은 가축 사료로 쓰던 루타바가를 먹으며 전의를 상실했습니다.

 

순무의 겨울 루타바가 수레
루타바가 수레

허나 루타바가는 북극의 찬바람이 몰아치는 북해 섬 등 혹한의 상황에서도 잘 자라고 다른 작물들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강인한 생존력을 보유한 작물이었습니다. 즉, 루타바가는 짧은 시간 안에 대량생산 가능한 작물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독일제국은 망한 감자 농사 대신 루타바가를 집중 생산하며 허기를 달랬습니다. 이후 감자 농사가 재개되었지만 도저히 독일인 전체를 먹일 감자를 생산하지 못했고 1917년에는 삼시세끼 모두 루타바가로 연명해야 했습니다.

 

 

 

  • 순무의 겨울Steckrübenwinter

제1차 세계대전 순무의 겨울
루타바가 급식소 앞 사람들

맛있는 감자 대신 맛없는 루타바가를 먹으며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독일인들의 처지는 비참했습니다. 독일인들은 가축 사료를 먹어야 하는 처지를 한탄했지만 독일인에게 루타바가 외 식량은 전무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고프고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뭐라도 먹어야 했습니다. 전쟁터에서 루타바가를 먹는 병사들과 민간인들은 루타바가를 먹는 처지를 한탄했고 전의를 상실해갔습니다. 이 상황을 아는 독일 정부는 루타바가로 뭐라도 해야 했습니다.

 

독일 정부는 루타바가로 다양한 요리를 급조했습니다. 감자를 찌듯이 루타바가를 찌는 것을 시작으로 루타바가 튀김, 루타바가 샐러드, 루타바가 수프 등 감자 요리의 재료를 루타바가로 모두 대체했고 나중에는 루타바가를 갈아 말린 뒤 루타바가 가루를 쌓아 쪄 루타바가 빵을 만들고 루타바가를 갈고 남은 즙에서 수분을 빼 루타바가 버터를 만들었습니다. 당연히 루타바가 음식들은 맛이 없었고 전쟁터의 군인들과 후방의 민간인들은 처참한 음식으로 끼니를 채워야 했습니다. 비참한 처지에 놓인 독일인들은 1916년부터 시작된 이 상황을 순무의 겨울Steckrübenwinter이라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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